• Total : 2354885
  • Today : 873
  • Yesterday : 916


Guest

2008.11.17 15:01

여왕 조회 수:2103

그는 뒤돌아 앉아 있었다.

등판이 든든한 남정네같이



그는 기다렸다고 한다.

오늘 내가 나타나기를.




그는 지고지순한 내 첫 사랑과 같은

사랑을 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찾아왔느냐고  조금은 서운한 듯 했지만

눈빛은 다정 했고 따듯했다.

인고의 세월동안  너무 많이 늙어있었던 그.



하지만 외딸고 높은 산꼭대기에

아주 듬직하게 깊은 덕을 담은 채 노년의 지혜와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안 정원은 삽상한 바람 한줄기와 따사로운 늦가을 햇볕 한 줌으로

향 짙은 노란색의 국화를 피우고 있었다.

외부와는 다른 아주 부드럽고 살가운 속살과 같은 정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들리는 듯 했다.

백 마리의 말을 키울 수 있는 장소라고 했던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젊은이들이 펄펄 끓는 성질에 항아리라도 깨고 싶은 심정으로

항아리 속 된장처럼 수도원 절 안에서 도를 닦던 소리가.




이 가을 화암사를 만난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호사를 누렸는지.

45세부터 55세까지가 초로라고 한다.

이제 초로에 들어선 나로서는 잘 늙은 절, 화암사를 만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래 그런 모습으로 늙어가는 거야.




바람결에 들리는 그의 섭섭함이 가득한 잘가라는

소리를 가슴으로, 등으로, 옆구리로 들으며

돌아오는 내내 그가 얼마나 눈에 밟히든지......




내 첫사랑과 같은 화암사 안녕~~~~~~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4 Guest 운영자 2007.06.07 2026
553 Guest 2008.07.23 2026
552 Guest 여왕 2008.08.18 2026
551 아! 이승만 [1] 삼산 2011.03.28 2026
550 몸을 입은 이상..... 도도 2019.01.08 2027
549 겨울이 두렵다 [3] 삼산 2012.01.07 2028
548 사춘기의 최고점 '중2병' 물님 2013.07.13 2028
547 잃어버린 청춘 [1] 삼산 2011.04.20 2029
546 밥값하며 살기... 박완규 물님 2018.09.12 2029
545 데카그램 기초수련 (2016년 1월28일~2016년 1월30일) (2) file 제이에이치 2016.01.31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