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온 두 천사 이야기(펌)
2010.04.16 07:19
소록도를 떠난 두 수녀님
- 마리안(71), 마가레트(70) 수녀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수녀 2명이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은 이별의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일손을 놓고
성당에서 열흘 넘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아온
마리안(71), 마가레트(70) 수녀가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은 지난 달 21일.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레트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두 수녀는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상처에 약을 발라줬습니다.
또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 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정부는 이들의 선행을 뒤늦게 알고
1972년 국민포장, 1996년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했습니다.
두 수녀는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겼습니다.
이들은 편지에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용서를 빈다.”고 말했습니다.
김명호(56) 소록도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에게 온갖 사랑을 베푼 두 수녀님은 살아있는 성모 마리아였다”며
"작별인사도 없이 섬을 떠난 두 수녀님 때문에
섬이 슬픔에 잠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는
소록도병원이 간호사를 원한다는 소식이 소속 수녀회에 전해지자
1962년과 66년 차례로 소록도에 왔습니다.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만졌습니다.
오후엔 죽도 쑤고 과자도 구워 들고 마을을 돌았습니다.
꽃다운 20대는 수 천 환자의 손과 발로 살아가며 일흔 할머니가 됐습니다.
숨어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과,
주님 밖에는 누구에게도 얼굴을 알리지 않는 베풀음이
참 베풀음임을 믿었던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습니다.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 정부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와서야 줄 수 있었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피했습니다.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되어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줬습니다.
수녀의 귀향길엔 소록도에 올 때 가져왔던
해진 가방 한 개 만 들려 있었다고 합니다.
외로운 섬,
상처받은 사람들을 반세기 가깝게 위로한 두 수녀님의 사랑의 향기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추운 세상을 덥혀 주리라고 믿습니다.
"...처음 갔을 때 환자가 6000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쯤 되었고,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두 분은 팔을 걷어붙이고,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기 시작한 것이 40년이 된 것입니다.
할 일은 지천이었고, 돌봐야 할 사람은 끝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40년의 숨은 봉사...
이렇게 정성을 쏟은 소록도는 이제 많이 좋아져서,
환자도 600명 정도로 크게 줄었답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질 까봐,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봐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두 분은 배를 타고 소록도를 떠나던 날,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멀리서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했습니다.
20대부터 40년을 살았던 소록도였기에,
소록도가 그들에게는 고향과 같았기에,
이제 돌아가 고향 오스트리아는 도리어 낯선 땅이 되었지만,
3평 남짓 방 한 칸에 살면서 방을 온통 한국의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오늘도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그 분의 방문 앞에는
그분의 마음에 평생 담아두었던 말이 한국말로 써 있습니다.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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