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새벽에 적는 소원
2013.10.04 09:09
가을 새벽에 적는 소원
가을 새벽바람이 청명하다. 만물의 때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햇빛이 점차 밝아오고 있다.
저 바람과 햇빛처럼 나도 청명하기를 소원한다.
햇빛이 산천의 빛깔들을 제대로 드러나게 하듯이,
걸림 없이 창문을 지나오는 햇빛처럼
내 마음의 창도 투명하기를 소원한다.
이기심과 자기 방어의 티끌이 사라진 마음의 창이기를 소원한다.
나뭇잎은 과거나 미래에 매달려 흔들리지 않는다.
순간마다 바람에 몸을 맡길 뿐.
그러기에 나뭇잎은 이미 완전하다. 아름다움이다.
나도 숲속의 나무들처럼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를 소원한다.
어둠의 대지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뿌리가 있어
나무들은 빛을 향하여 자라나고 있다.
나도 나를 만나는 이들의 뿌리이기를 소원한다.
그들이 빛을 향해 성장하기를
육화(肉化), 기화(氣化), 영화(靈化)로의 성장이 일어나기를 소원한다.
나는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지만 진실에 굶주린 사람이기를 소원한다.
동심을 사랑하고 내 자신과 평화롭기를 소원한다.
숨만 들이쉬면 바람은 나를 온전히 채워주고 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만큼 바람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내가 나를 허락하는 만큼 바람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이 새벽 나는 숨 쉬는 은혜 하나로 충만하다.
내가 무엇을 해야하고 믿어야 하는지는 알바 없다.
가을 새벽바람은 사랑이다. 관대함이다.
나도 바람이다.
2013. 10. 4 새벽에
고래뿔산 불재에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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