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9장 - 율법의 시대에서 은혜의 시대를 여신 예수
2021.06.14 09:03
20210613
히브리서 9장 율법의 시대에서 은혜의 시대를 여신 예수
숨 이병창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오해받을 때의 고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거나 독창적인 개성과 창조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살아남기가 어려운 역사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역사에도 전주의 정여립, 부안에도 살았던 허균, 갑오년 농민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의 율법에 의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들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후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었다.
9장을 읽다가 문득 아들러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떠올랐다. 아들러는 프로이드,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누구나 원하는 자유와 행복은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에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 아들러는 프로이드의 트라우마 이론에 대해 비판했다. 과거의 상처를 붙잡고 지금을 낭비하고 있는 방식의 이른바 트라우마 치료는 과거의 경험이 일방적으로 현재를 지배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다. 우리는 그 기억 속에서 지혜의 학점을 따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결정하고 박차고 나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는 곧 오해받을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주제는 진정으로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 특히 히브리서가 말씀하는 믿음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깊이 숙고해야 될 주제라고 생각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미움’에서 한발 더 나가 ‘고난받을 용기’를 말씀하고 있다. 생각할수록 역사적 예수처럼 오해받고 산 인간의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수의 삶은 오해의 주인공으로 사는 삶이었다. 가족들과 고향 사람들, 바리새인과 서기관, 제사장과 로마 권력에 이르기까지 예수는 수 많은 오해의 중심에 서 계셨다.
성서를 읽다 보면 성서 저자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예수에 대한 오해를 변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예수에 대한 오해의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교회는 하나님의 새 계약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잠들어 있다. 히브리서 기자가 말씀하는 새로운 계약은 이스라엘과 같은 집단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과 맺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계약이다(8:10).
@ 성소와 지성소
성막에서는 옛 계약에 따른 제사가 드려졌다. 성막에는 성소와 지성소가 구분되어있다. 첫 번 방은 일곱 개의 가지가 있는 금 등잔(출 25:31-40)과 상과 진설병(빵)이 있었다. 금 등잔은 등불을 아침까지 밝혀 두어 하나님께서 백성들과 함께 계심을 나타내도록 했다(레위 24:2-4). 제사상은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었고 그 위를 순금으로 입혔다. 상 위에는 제사 빵이 열두 개 올려 놓았는데 여섯 개씩 두 줄로 놓았다. 빵은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영원한 계약의 상징이다(출 25:23-30, 레위 24:5-9). 빵은 안식일마다 새롭게 차려 놓았다. 휘장 너머 두 번째 방인 지성소에는 금으로 된 분향 제단과 계약궤가 있다. 궤 안에는 만나가 든 금 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와 계약의 판이 들어 있다. 지성소에는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 번 속죄일에 들어가 자기 자신과 백성들의 속죄예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이런 먹는 것과 마시는 것과 몸을 씻는 규정의 제사 의식으로 인간이 새로워질 수 없다. 예를 들어 추석에 드리는 제사가 인간 의식을 변화시키고 양심을 새롭게 하는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것과 같다.
@ 새 질서의 시대
“그리스도의 희생은 옛 율법에 얽매여 있는 고통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살아계신 하나님을 기쁜 마음으로 섬기도록 만들어 주십니다”(14절).
예수는 불완전한 시대에 종언을 고하기 위해 지구에 오셨다. 짐승의 피로 인간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새로워지는 거듭남의 새 역사를 열어 주셨다. 그것은 영원한 해방(12절), 죄의 용서(22절), 심판을 넘어선 구원(28절)이다. 여기에서 해방(리트로시스)은 잃어버린 물건이나 노예를 돈을 내고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스라엘의 구원은 노예에서의 해방사건이었다. 12절의 구원은 옛 규약에 묶여 사는 노예 생활에서의 해방사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 예수는 해방과 자유를 의미한다.
15-28절은 새 계약의 중개자이신 예수를 설명하고 있다. 8장 8-12절에서 새 계약이 언급되었지만 9장에서는 ‘영원한 상속’이 추가되고 있다. 저자는 계약이라는 그리스어 ‘디아테케’에 유언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을 사용하여 상속이란 유언한 사람이 죽어야 법적 효력이 있는 것처럼 예수의 죽으심으로 우리가 상속자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의 약속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성취되었고 그 결과로 우리는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옛 계약이건 새 계약이건 거기에는 피의 약속이 있다. 우리도 계약서에는 붉은 인주를 묻힌 도장을 찍었다. 모세도 시내산에서 계약을 맺을 때 소를 잡아 제단과 온 백성에게 피를 뿌렸다. 새로운 계약에는 제물로서 그리스도의 피가 온 인류의 머리 위에 뿌려졌다.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하늘의 성소에 들어가셔서 지금은 우리의 친구로서 하나님 앞에 계십니다.”(24절) 인간은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심봉사 덕분에 조선의 봉사들과 눈먼 짐승들까지 눈을 뜬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리스도 예수 덕분에 눈 뜨고 신명나게 살아가는 새 세상이 열렸다. 나의 지성소에 그리스도를 모신 그리스도인들은 21세기에 지구에 보내어진 이 땅의 그리스도이다. 우리도 그리스도를 뒤이어서 심봉사 예수 역할을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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