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634
  • Today : 538
  • Yesterday : 94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71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655
172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2655
17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2653
170 폼 잡지 말고 [1] 하늘꽃 2011.06.02 2651
169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2650
168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648
167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2646
166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643
165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643
164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2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