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3 | 초 혼(招魂) [1] | 구인회 | 2010.01.28 | 2668 |
192 | 구름 한 점 | 구인회 | 2010.02.02 | 2667 |
191 |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 운영자 | 2007.07.19 | 2667 |
190 | 봄날에 [1] | 요새 | 2010.01.01 | 2666 |
189 | 님의 침묵 [1] | 물님 | 2009.05.29 | 2665 |
188 |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 물님 | 2012.08.13 | 2661 |
187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2658 |
186 | 이홍섭, 「한계령」 | 물님 | 2012.06.21 | 2656 |
185 |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 하늘꽃 | 2010.03.06 | 2656 |
184 | 가졌습니다 | 하늘꽃 | 2008.01.08 | 26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