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구나" (8.30)
2009.08.31 12:08
“내가 좋구나..” 수련생 중에 “ 자기 안에 사랑을 찾았다” 고백하는 분의 마음이 전해온다. 자기 안에 사랑이 없는 사람들이 타인을 사랑할 힘이 없는 것처럼 밥맛도 없고 먹는 것도 마지못해 먹는 기운 빠진 사람들 주눅든 사람들이 일을 하게 되면 무슨 생산성이 있겠는가? 노회장을 역임하시고 전주중앙교회에서 은퇴하셨던 김옥남 목사님께서 주관하시는 베델성서모임에 참석한 바 있다. 이 모임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답이 일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인간은 순간순간에 따라 생각과 느낌이 춤추는 존재가 아닌가? 2000년 전 예수님은 마치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푸르크루스테스 침대처럼 이스라엘이 집단 최면에 걸린 모습을 보았다. 노상강도 푸르크루테스는 지나는 길손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고 잡아와 쇠로된 침대에 눕히고는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잡아 늘이고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린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당시 이스라엘 사회는 기득권자 이외에 지킬 수 없는 율법을 만들고 그 율법을 감당하기 어려운 백성들을 율법의 형틀에 묶고 재단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돼” “나는 매사에 완벽해야 돼." 하는 뿌리 깊은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는 환상의 침대에 맞추고 사는 것이다.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 죄책감을 갖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 방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고 가슴으로 소화하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 동기 자체가 없는 사람은 매사가 다 스트레스다. 동기가 확실해야 한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관계가 붕괴된 사람들이다. 직장 생활하는 동기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인지 확실해야 하며 이게 붕괴되면 직업의 실패가 일어나고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다. 삶의 보람도 없다. 내가 만든 침대는 1미터 50인데 다른 사람의 침대는 2미터다. 그래서 2미터 가진 사람들을 선망하고 동경하다 절망하게 된다. 혼자 비관하고 깊이 들어가게 되면 사실이 고착되어 고치기 힘들어진다. 에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은 각자가 상상하는 침대를 어느 메이커로 쓰느냐 하는 것이다. 그 상상이 허구일 수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존재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집단으로 만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만났다. 즉 각각의 침대에 맞게 살 것을 권면한다. 예수님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묻는다. 부자 청년은 재물에 걸려 벗어날 수 없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존재라는 것이 기독교 인간관의 핵심이다. 노예라 하더라도 그 존재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받는 존귀한 존재라는 거다. 이무기가 용되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동양의 용사상도 억압받는 사람들의 염원에서 나온 통찰에 다를 게 없다. 원효가 자식에게 주신 마지막 말은 “너는 부디 착하게 살지 말라.”라는 것이다. 이에 아들 설총은 “그럼 악하게 살란 말입니까?” 라고 반문했다지만 “착하게 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악한 생각까지 할 수 있겠느냐?” 화답하신 대로 순수한 법열의 자리에서 삶을 살라는 의미이며 설총의 의식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산다는 것은 본회퍼가 그의 윤리학에서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최고선이다.” 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내가 숨쉬고 있으니까 살아 있다는 것 이성이 있어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살아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삶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이다. 우리가 지상에서 볼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바다에 떠있는 나뭇잎 같은게 인간이다. 섬광처럼 짧은 인생 속에 함께 있다는 게 신비라는 감각이 내 존재를 다시 깨어나게 한다. 감동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내가 좋구나” 하는 것이 선이다. 2009. 8. 30일 mull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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