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2012.06.29 21:03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 류 시 화
그동안 내가 먹은 동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직한 소와 돼지를 위해
뾰족 부리를 가진 닭을 위해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 배 고프다는 이유로 잡아먹은 순박한 눈의 검은 염소를 위해
그동안 내가 마구 더럽힌 물을 위해
내 발 아래 파헤쳐진 어머니 대지를 위해 기도 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갑게 등 돌린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위해
나 자신도 모르게 헛되이 써 버린 그 많은 시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부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내게 겨울마다 양식이 되어 준 고구마에게
주먹을 쥐고 땅 밖으로 나온 여름의 감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순간 가슴을 채워 준 신선한 공기에게
내 영혼이 보다 순수해지도록 도와 준 처녀 채소들에게
얼굴을 비춰 주는 무심한 개울물에게
언제난 웃는 꽃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도 순백으로 피어나는 목련에게
내 안의 단순성을 일깨워 주는 첫 민들레에게.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1 | 지리산 숲길걷기 안내 [1] | 흙 ~ | 2011.08.08 | 2603 |
90 | 김석년의 '패스 브레이킹' 중에서 | 물님 | 2011.05.17 | 2644 |
89 | 염아자와 춤을 [1] | 구인회 | 2009.08.26 | 2661 |
88 | 우리 몸이 가진 18가지 신기한 비밀 | 구인회 | 2011.05.03 | 2668 |
87 | 칡 [1] | 물님 | 2011.03.25 | 2669 |
86 | 장독 사이 상사화 [1] | 구인회 | 2009.08.26 | 2678 |
85 | 공복에 걸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 이시하라 유미 [1] [1] | 구인회 | 2013.05.03 | 2685 |
84 | 불재의 타미플루(Tamiflu) “야생초” | 구인회 | 2009.08.31 | 2686 |
83 | 술 권하는 사회, 술 못 먹는 나 [1] | 구인회 | 2011.09.17 | 2686 |
82 | 건강약차 | 물님 | 2012.04.25 | 26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