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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만들며...

2011.05.20 06:35

하늘 조회 수:3365

 

김밥을 만들며...  /신 영


 

 

여름방학을 시작해 세 아이가 모두 집에 와 있다. 딸아이는 6월 중순부터 뉴-햄퓨셔에 있는 '썸머 캠프'에서 2달 동안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엄마, 나는 애들이 참 좋아요!"

"엄마, 나는 선생님이 되면 어떨까?" 하고 딸아이가 물어온다.

"좋지!"

"너는 아이들을 좋아하잖니?"

"너는 좋은 선생님이 될 거야!"

"너는 잘할 거야!"

"여름방학이 석 달이나 되니 얼마나 좋겠니?"

"엄마랑 실컷 여행을 다니면 좋겠네." 하고 답을 해주었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학교를 마친 후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까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가르쳐주곤 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교 내의 자동차를 이용하며 여전히 대학 근처의 초등학교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가 가르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요즘처럼 잡 찾기가 어려운 이때에 이번 여름방학에 '썸머 잡'을 찾게 되었다. 딸아이에게도 귀한 시간이 되리란 생각이다. 마음으로 고민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한 모양이다. 대학원 공부를 준비하면서 더욱 확고히 굳어진 모습이다.

 

큰 녀석은 5월 말에 2달 동안 와싱턴으로 '인터십' 자리를 얻어 다녀온다. 2달간의 '예비 사회경험'을 하게 되는 시간이니만큼 잘하고 돌아오길 엄마는 간절히 기도한다. 그 인턴십 자리를 얻느라 여간 어렵지 않았다. 요즘은 대학 졸업자들의 자리마저 부족한 때이기에 더욱 기회가 없어졌다. 며칠 전에는 그곳에서 입을 양복 몇 벌을 고르게 되었는데 어찌나 어렵던지 꼼꼼한 녀석은 가격과 실용성을 따지는 녀석이기에 엄마는 곁에서 따라다니기도 바쁜 하루였다. 녀석과 하루 온종일을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이 되었다.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마음은 넉넉하고 행복했다.

 

언제나 여유만만한 우리 집 막내 녀석은 여전히 '썸머 잡'에 대한 걱정이 없이 지냈다. 곁에서 보던 형이 야단이다.

"너는 빨리 썸머 잡을 잡아야지..." 하면서.

사실 두 녀석이 다투면 엄마는 모른 척 지나친다. 그 누구의 편을 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녀석의 얘기를 들으면 둘 다 자신에게 타당한 이유를 말하기에 말이다. 9월이면 2학년이 되는 막내 녀석을 한국의 '대학 썸머스쿨'에 보내라고 시부모님이 말씀해 오신다. 지금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몇 년을 한국에서 머물고 계시는 큰 아빠와 큰 엄마가 계시기에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경비와 비용이 만만하지 않아 미루고 말았다.

 

세 아이와 엄마는 이렇게 올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 것인가를 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막내 녀석이 몇 군데 자리를 찾아본 모양이다.

"엄마, 여름 '썸머 잡'을 찾았어요." 하고 어제는 말을 해온다.

"어디?" 하고 물으니 UPS에서 잡을 얻게 되었다고 말이다.

"거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일 텐데..."

"엄마, 괜찮아요." 한다.

어찌 됐든, 썸머 잡을 잡았다니 우선 다녀볼 일이기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올여름은 이렇게 시작을 하고 있다. 갑자기 여름방학의 시작으로 집으로 모여든 세 아이로 집안이 시끌시끌하다. 며칠은 좋더니 집안 여기저기에 빨랫거리는 쌓이고 정신이 없다.

 

여름방학이 얼마나 기다려졌을까. 집에 도착한 딸아이는 며칠을 늦잠자느라 바쁘다. 그리고 며칠을 보내더니 하는 말.

"엄마 김밥 먹고 싶어요." 한다.

"그래, 김밥 거리를 한국마켙에 들러 사다 놓으렴." 했다.

웬걸, 밖에 일을 보고 집에 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지금 어디야?" 하고 말이다.

바로 한국마켙에 들렀던 시간에

"김밥 거리는 사 놓았니?" 하고 물으니...

"엄마, 아직 안 샀는데요." 한다.

"그래, 엄마가 사가지고 갈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바쁘게 시장을 봐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저것 김밥 거리를 준비하고 밥을 안치고 그렇게 김밥 만들 준비를 마쳤다.

 

오랜만에 김밥을 만드는 시간이다. 김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가도 귀찮아 마음을 접곤 했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세 아이 모두가 주문이 다르다.

"엄마, 나는요?"

"엄마, 나는 그거 빼고~"

"엄마, 나는 그거는 넣지 말고 저것만..."

"휴~"

"중요한 것은 '김밥'을 맛나게 먹었다는 사실!"

이제 집에서 한 열흘을 보내면 각자의 일자리로 또 떠난다. 그래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면 부모와 자식은 떨어져 살아야 하는가 싶다. 가끔 만나면 반갑고 며칠 소식 없으면 또 궁금해하면서 그렇게 사는가 싶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문득 보고 싶은 마음으로 또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05/18/2011 -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