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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아래 서면

2010.06.09 22:44

구인회 조회 수: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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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아래 서면 
                   
                         홍해리

   

밤에 잠 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있다.

끈끈하고 질긴 여름나무

불꽃을

온몸에 안고 있다.


그을음 없이 맨살로 타던

우리는

약쑥 냄새를 띄기도 하고

소금기 가신 들풀잎마다

바닷자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고 또 죽는 남자

등은 그렇게 뻗어 올라서

여름을 압도하고

알몸으로 남는 칠월의 해일

바람만 공연히 떼미쳐 놓아

우리의 발밑까지 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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