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0116
  • Today : 492
  • Yesterday : 966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2062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298
312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300
311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300
310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300
309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302
308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302
307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304
306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1305
305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306
304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