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463
  • Today : 129
  • Yesterday : 933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2636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2002
302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2003
301 음악 [1] 요새 2010.03.19 2003
300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006
299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2009
298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010
297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2014
296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2015
295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2016
294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