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 김재진
2011.03.06 15:09
비상 飛翔
김재진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生來의 저 맹인처럼
살아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를 들어 지평선 위로
어젯밤 날개를 다쳤던 한 마리 새가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아라.
댓글 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봄 눈 / 물 [2] | 하늘꽃 | 2008.02.22 | 1766 |
262 | 떼이야르드 샤르뎅 [2] | 운영자 | 2008.09.04 | 1765 |
261 | 하늘꽃 [3] | 하늘꽃 | 2008.10.23 | 1757 |
260 | 보내소서~힘 되도록~ [2] | 하늘꽃 | 2008.06.06 | 1757 |
259 | 바다가 말하기를 [2] | 운영자 | 2008.12.06 | 1746 |
258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1741 |
257 | 예수에게.1 / 물 [1] | 하늘꽃 | 2007.09.01 | 1717 |
256 | 산수유 댓글 | 심영자 | 2008.03.29 | 1716 |
255 |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 운영자 | 2008.06.10 | 1712 |
254 |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 구인회 | 2009.06.13 | 1702 |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이라기 보다
하늘의 만나가 가볍게 내려오는 것 처럼
언젠가
가볍게 날아오르는 님의 모습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