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8704
  • Today : 441
  • Yesterday : 924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2378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2306
322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307
321 낙화 - 이 형기 물님 2012.10.23 2308
320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310
319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2310
318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2311
317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2313
316 [2] 요새 2010.09.09 2315
315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2318
314 고독에게 1 요새 2010.03.21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