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8046
  • Today : 707
  • Yesterday : 934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332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1] 샤론(자하) 2012.03.12 2484
172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2485
171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492
170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2492
169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2495
168 동시 2편 물님 2012.03.02 2497
167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2499
166 무주 겨울 / 이중묵 [2] 이중묵 2009.02.26 2503
165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2514
164 가졌습니다 하늘꽃 2008.01.08 2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