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6106
  • Today : 1176
  • Yesterday : 1451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1917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1453
262 물님 2011.01.25 1455
261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1455
260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455
259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1456
258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456
257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1457
256 새벽밥 물님 2012.09.04 1458
255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1459
254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