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6138
  • Today : 1208
  • Yesterday : 1451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450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1442
292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1443
291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1444
290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444
289 봄날에 [1] 요새 2010.01.01 1445
288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1445
287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1445
286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1445
285 시론 물님 2009.04.16 1446
284 雨期 [1] 물님 2011.07.29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