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4727
  • Today : 1032
  • Yesterday : 1199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446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山 -함석헌 구인회 2012.10.06 4089
272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4092
271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4092
270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4092
269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4094
268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4096
267 나에게 사명 완수한 시 소개 합니다 [1] 하늘꽃 2008.02.01 4097
266 조국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 하늘꽃 2008.02.06 4097
265 행복 요새 2010.07.20 4101
264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