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바닷가에서 | 요새 | 2010.07.21 | 1403 |
312 | 이홍섭, 「한계령」 | 물님 | 2012.06.21 | 1403 |
311 |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 요새 | 2010.03.19 | 1405 |
310 | 구름의 노래 [1] | 요새 | 2010.07.28 | 1405 |
309 |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 물님 | 2011.11.22 | 1406 |
308 | 전라도길 | 구인회 | 2010.01.26 | 1407 |
307 | 음악 [1] | 요새 | 2010.03.19 | 1407 |
306 | 이장욱, 「토르소」 | 물님 | 2012.03.27 | 1407 |
305 | 사철가 [1] | 물님 | 2009.03.16 | 1408 |
304 |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 요새 | 2010.06.19 | 1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