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85339
  • Today : 1586
  • Yesterday : 927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2021.12.09 11:30

물님 조회 수:8156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자끄 프레베르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 안경에 낡은 회색 옷
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자끄 프레베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7131
402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7259
401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6841
400 꽃눈 물님 2022.03.24 8154
399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7120
39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7264
»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8156
396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6659
39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7121
394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6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