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얼마 전에 시집 한 권을 받았다.
동화교회 주평무 목사님의 "마리아의 입덫" 이라는 시집이었다.
오늘은 그 분을 밥 사드리러 나섰다.
"첩첩중중의 산골마을
아주 작은 예배당 종지기 일을 하면서
백여평 되는 텃밭을 통해
농본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에서
더욱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번암면사무소 앞에서 만나 점심을 한 후 지지꼴 가는 길로 한참을 들어갔다.
종탑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는데 "오직주님" 1991년에 돌에 새겨놓은 말씀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할렐루야 김명수 장로님의 서체로 새겨진 교회푯말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백여평 되는 텃밭을 보여주시며 벌레와 풀을 관리하다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제초제나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의 힘겨움을 말씀하신다.
다리가 셋인 고양이 "돼지" 이름을 부르니 친근감을 보인다.
덫에 걸려서 빠져나오느라 다리 하나를 너덜거리며 온 돼지를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나았다고 한다.
꼬꼬가 사는 저택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백구도 한 가족이다.
동네 할머니께서는 나락을 쓸며 나도 교회다닌다고 하신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나서 참 조용한 마을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홀로 고생하시는 목사님의 얼굴이
이렇게 행복해 보일까
"막걸리의 힘" 이란 시를 읽어보라신다.
춘향골 남원에 가면
이조사라는 골동품점이 있다
이용문 사장은 젊은 시절
서울 신당동 일대를 돌며 화장지를 판 내력이 있다
구루마에다 화장지를 싣고 다님서
하루이틀사흘을 돌아댕겨도
입이 터지지 않아서
화장지 사라는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는 성님이 있어서 둘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야
그제서야 게우겨우 화장지 사라는 소리가 나오더란다
좁은 서재에서 앉아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시 한편을 고르신다면? "부엌"이라는 시라고 하신다.
부엌
그녀는 부엌에 들어와서 울었다
싱크대 수도꼭지를 틀자
곪은 비애가 서럽게 쏟아졌다
울 일은 많은데 눈물이 모자랐다
생각은 했지만 세상살이 맘먹은대로 안되었다
숨가쁜 하루살이 오늘은 무얼 해먹나
여러 겹으로 접혀 구겨진 시름을 꺼내보았다
간이 붓고 의역이 꺾인 걸 보니 애를 많이 태웠구나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는 부엌은
그녀가 세상과의 불화를 조절하는 곳
총만 없지 먹고사는 데 뭐가 이렇게 많은가
도마 위에 오래된 분노를 올려놓고 칼질을 했다
삶을 보조해주는 몇 가지 신념을 양념으로 넣고
끓이고 삶고
데치고 주물러 무쳐서 밥상을 차렸다
먹는다는 것
먹어야 한다는 것
산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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