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마령 수선루가 보물로 지정 예고가 되다.
살다가 문득 인연이 닿을 때가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진안 수선루가 그랬다.
지난해 진안 교육청의 최병흔 장학사가 주관한
진안군 관내 중학교의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그때 진안여중에 근무하는 동생(신형교)이
마령의 수선루를 가보자고 해서 갔더니
(다른 곳은 그렇게 샅샅이 다녔지만, 그곳은 가보지 않았었다.
섬진강을 몇 번씩 걸으면서도, 인연이 닿지 않아서 그랬는지)
내가 온 나라를 다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정자와는 완연히 달랐다.
다른 정자들은 대개 우뚝한 언덕 위나 벼랑 끝에 짓는 반면,
동굴에다 그 암굴을 이용해서 지은 나라 안에 유일한 정자인데,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 16호로 지정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때 마침 (8월 7일)진안 농어촌공사에서 지원하는
마령면의 인문학 강의가 있어서,
다른 문화유산과 마령과 진안 일대를 설명하면서
수선루를 보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때 처음부터 꿑날 때까지 강의를 들었던 진안군의원인 조준열 의원이
한 번 노력해보겠다고 하였다.
까마득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잊고 있다가,
김현조 시인의 시평이 나왔는가 하고 신문을 보니,
2019년 11월 13일 자로 문화재청에서 수선루를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지형을 이용하여 암굴에 건축했으며,
지붕의 전면은 기와로 하고 후면은 돌 너와로 마감해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수선루가 보물로 지정된 이유였다.
밤이 늦었지만 조준열 의원에게 전화했더니,
그 뒤에 바로 군의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수선루를 보물 지정을 해야 한다고
강변을 했고, 그것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네 눈이 미치는 곳에 네 보물도 있으니라.”
성경 <마태복음> 6장 21절에 실린 글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사람도,
그것이 보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실린 글이다.
사막만이 아니다.
광활廣闊하게 펼쳐진 사막과 같이 넓고도 깊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그 자신도 모르는 진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보물을 찾고, 잘 보존하는 것은
저마다의 몫이다.
하지만 어떤 보물보다 귀한 보물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지혜란 고상한 보물로서
모든 보석보다 값진 것이다.
그러니 젊은 주인장이시여,
이 충고를 따르시오.
교활을 버리고 지혜를 찾으시오.“
쉬몬 롬니쯔끼 <모든 젊은 가장들을 위한 가르침>에 실린 글이다.
겸손하게 맑은 눈으로 이 세상에 산재한 보물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 일,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와 책임일 것이다.
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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