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4009
  • Today : 913
  • Yesterday : 943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2498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 先生님前 上書 [2] 물님 2013.02.08 2451
39 봄밤 [3] 물님 2012.05.03 2451
38 새벽 노을 [1] 지혜 2011.09.21 2447
37 몸살 [1] 지혜 2011.09.17 2447
36 보는 것과 해 보는 것 [2] 도도 2011.10.02 2446
35 추석 비 [2] 지혜 2011.09.11 2446
34 [3] 도도 2012.02.21 2444
33 대목大木 [1] 지혜 2012.09.13 2442
32 무엇이 구원인가? [1] 지혜 2011.08.16 2442
31 안시성 옹기 터에서 [2] 지혜 2011.08.27 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