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3 |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 하늘꽃 | 2008.08.26 | 1786 |
232 | 어떤 타이름 | 하늘꽃 | 2008.07.01 | 1764 |
231 | 바다 [3] | 이상호 | 2008.09.08 | 1762 |
230 | 나는 나날이 | 운영자 | 2008.06.18 | 1756 |
229 | 꽃 한송이 [3] | 운영자 | 2008.11.09 | 1755 |
228 | 남명 조식 | 물님 | 2022.07.28 | 1751 |
227 | 꼬리잡기 [5] | 운영자 | 2008.09.15 | 1751 |
226 | 달의 기도 | 물님 | 2022.09.19 | 1750 |
225 |
안부
[3] ![]() | 물님 | 2009.03.05 | 1749 |
224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1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