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4807
  • Today : 795
  • Yesterday : 916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814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2585
322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2593
321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2594
320 가을의 기도 물님 2012.11.11 2594
319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2595
318 웅포에서 [1] 하늘꽃 2008.06.24 2599
317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2601
316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2603
315 그대에게 /이병창 [2] 하늘 2010.09.08 2603
314 희망가 물님 2013.01.08 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