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4941
  • Today : 857
  • Yesterday : 851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3790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물님 2013.01.23 3809
292 어떤바람 [2] 제로포인트 2016.04.04 3797
291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3794
290 그대가 곁에 있어도 물님 2011.01.17 3794
289 당신에게 말 걸기 [1] 물님 2011.09.26 3793
288 담쟁이 물님 2014.05.13 3790
» 10월 [1] 물님 2009.10.12 3790
286 경각산 가는 길 file 운영자 2007.09.09 3790
285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3789
284 이별1 도도 2011.08.20 3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