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29333
  • Today : 675
  • Yesterday : 1410


가을 저녁의 시

2010.11.18 06:53

물님 조회 수:1346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1343
272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344
271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1344
270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1345
269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345
»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1346
267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1347
266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file 하늘꽃 2010.03.06 1347
265 눈물 [1] 물님 2011.12.22 1347
264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