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진정한 여행 | 물님 | 2017.02.24 | 1336 |
312 | 사로잡힌 영혼 [1] | 물님 | 2018.09.05 | 1337 |
311 | 보고 싶다는 말은 | 물님 | 2012.06.04 | 1338 |
310 | 서정주, 「푸르른 날」 | 물님 | 2012.09.04 | 1339 |
309 | 봄 소식 | 하늘꽃 | 2009.03.02 | 1340 |
308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물님 | 2012.03.19 | 1341 |
307 | 설정환, 「삶의 무게」 | 물님 | 2012.07.12 | 1341 |
306 | 꽃 -김춘수 | 물님 | 2012.07.24 | 1342 |
305 |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 키론 | 2011.11.21 | 1343 |
304 | 흰 구름 [1] | 요새 | 2010.07.06 | 1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