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3113
  • Today : 711
  • Yesterday : 874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477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3080
282 물님 2012.06.14 3082
281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3082
280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3083
279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3084
278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3084
277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3087
276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3090
275 사랑 요새 2010.12.11 3094
274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3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