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8074
  • Today : 735
  • Yesterday : 934


이병창 시인의 ㅁ, ㅂ, ㅍ

2006.09.13 21:07

송화미 조회 수:3416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2006.9.1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1908
22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물님 2019.12.18 1906
21 사랑 -괴테 물님 2019.05.11 1906
20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물님 2020.11.17 1904
19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 물님 2018.05.09 1903
18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물님 2020.04.29 1899
17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1897
16 자기 삶의 연구자 물님 2018.06.06 1897
15 나무에 깃들여 물님 2016.09.29 1897
14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물님 2020.08.04 1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