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218
  • Today : 1344
  • Yesterday : 1340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763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1751
262 눈물 [1] 물님 2011.12.22 1751
261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753
260 사철가 [1] 물님 2009.03.16 1754
259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754
258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755
257 봄날에 [1] 요새 2010.01.01 1755
256 초혼 [1] 요새 2010.07.28 1755
255 사랑 요새 2010.12.11 1755
254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