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토르소」
2012.03.27 07:27
이장욱, 「토르소」
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 번에 한 개씩
오해를 위해 팔았다.
나는 습관이 없고
냉혈한의 표정이 없고
옷걸이에 걸리지도 않는다.
누가 나를 입을 수 있나.
악수를 하거나
이어달리기는?
나는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검은 서류가방을 든 채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밤의 쇼윈도우에 서서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악수는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정해진 자세로
긴 목과
굳은 어깨로
당신이 밤의 상점을 지나갔다.
헤이,
내가 당신을 부르자 당신이 고개를 돌렸다.
캄캄하게 뚫린 당신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는 순간,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당신의 그림자였던 적이.
당신이 나의 손과
발목
그리고 얼굴이었던 적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사철가 [1] | 물님 | 2009.03.16 | 1763 |
262 | 고독에게 2 | 요새 | 2010.03.21 | 1763 |
261 | 초혼 [1] | 요새 | 2010.07.28 | 1763 |
260 | 봄날에 [1] | 요새 | 2010.01.01 | 1764 |
259 | 사랑 | 요새 | 2010.12.11 | 1764 |
258 | 세상의 등뼈 | 물님 | 2011.06.13 | 1764 |
257 | 뉴욕에서 달아나다 | 물님 | 2012.06.04 | 1764 |
256 | 님의 침묵 [1] | 물님 | 2009.05.29 | 1765 |
255 | 풀꽃 - 나태주 [2] | 고결 | 2012.03.06 | 1765 |
254 | 원시 -오세영 | 물님 | 2012.07.01 | 17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