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余華),「오래된 사랑 이야기」
2012.06.18 14:30
위화(余華),「오래된 사랑 이야기」중에서
“네가 말 안 해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 다 알아. 매일 오전 11시, 그리고 해질녘 5시쯤이면 네가 집에 돌아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 여자들이 한 1백 명쯤 걷고 있다고 치자. 난 그 가운데서 네 발소리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그녀는 목도리를 짜던 손을 멈추고 심각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서로 상대방에게 더 이상 경이로움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거야. 기껏해야 소박한 기쁨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 정도는 어딜 가도 있어.”
그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니 생각 잘 알았어.”
“그래?”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거푸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날 차버리고 싶은 거지?”
나는 부인하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그 말,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녀는 다시 말했다.
“넌 날 차버리고 싶은 거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 말 너무 심하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함께 옛일을 추억해보는 게 어때?”
“마지막으로?”
나는 대답을 회피하면서 말했다.
“우리들의 추억은 어디에서 시작되지?”
“마지막인 거지?”
그녀는 집요하게 물었다.
“1977년 가을부터 시작되지?”
나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덜컹덩거리는 버스를 타고 40리 밖 어딘가로 가고 있었지. 네가 임신을 했는지 검사하려고 말이야. 그때 나는 정말 혼이 나가고 얼이 빠져 있었지.”
“넌 혼이 나간 적 없어.”
그녀는 내 말을 잘랐다.
“위로할 필요 없어. 난 분명 혼이 나가 있었어.”
“아니, 넌 혼이 나간 적 없어.”
그녀는 거듭 강조했다.
“널 알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니가 혼이 나간 적은 단 한 번뿐이야.”
내가 물었다.
“그게 언젠데?”
그녀가 대답했다.
“지금.”
그녀는 목도리를 짜던 손을 멈추고 심각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서로 상대방에게 더 이상 경이로움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거야. 기껏해야 소박한 기쁨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 정도는 어딜 가도 있어.”
그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니 생각 잘 알았어.”
“그래?”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거푸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날 차버리고 싶은 거지?”
나는 부인하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그 말,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녀는 다시 말했다.
“넌 날 차버리고 싶은 거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 말 너무 심하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함께 옛일을 추억해보는 게 어때?”
“마지막으로?”
나는 대답을 회피하면서 말했다.
“우리들의 추억은 어디에서 시작되지?”
“마지막인 거지?”
그녀는 집요하게 물었다.
“1977년 가을부터 시작되지?”
나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덜컹덩거리는 버스를 타고 40리 밖 어딘가로 가고 있었지. 네가 임신을 했는지 검사하려고 말이야. 그때 나는 정말 혼이 나가고 얼이 빠져 있었지.”
“넌 혼이 나간 적 없어.”
그녀는 내 말을 잘랐다.
“위로할 필요 없어. 난 분명 혼이 나가 있었어.”
“아니, 넌 혼이 나간 적 없어.”
그녀는 거듭 강조했다.
“널 알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니가 혼이 나간 적은 단 한 번뿐이야.”
내가 물었다.
“그게 언젠데?”
그녀가 대답했다.
“지금.”
● 작가_ 위화(余華) - 1960년 중국 항저우에서 태어나 1983년 등단.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장편소설『가랑비 속의 외침』『살아간다는 것은』『허삼관 매혈기』『형제』, 단편집 『내게는 이름이 없다』, 중편집『세상사는 연기와 같다』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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