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3 | 확신 [2] | 이상호 | 2008.08.03 | 2295 |
132 | 이별1 | 도도 | 2011.08.20 | 2291 |
131 | 벼 - 이 성부 [1] | 물님 | 2011.10.03 | 2288 |
130 |
풀꽃 - 나태주
[2] ![]() | 고결 | 2012.03.06 | 2287 |
129 | 눈물 [1] | 물님 | 2011.12.22 | 2287 |
128 |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 키론 | 2011.11.21 | 2286 |
127 | 사로잡힌 영혼 [1] | 물님 | 2018.09.05 | 2285 |
126 | 최영미, 「선운사에서」 | 물님 | 2012.03.05 | 2285 |
125 | 봄밤 - 권혁웅 | 물님 | 2012.09.20 | 2283 |
124 |
당신은
![]() | 물님 | 2009.06.01 | 22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