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귀를 자른 진짜 이유
2010.03.01 20:51
고흐가 귀를 자른 진짜 이유
물
초등학교 다닐 때 미술책에 있는
조그만 고흐의 그림 '보리밭'
그때 나의 영혼은 노란 화상을 입었다
중학교 시절 뭉크의 '마돈나'
나의 영혼은 그 때 뒤집어졌다.
지갑 속에 넣고 다니던 마돈나의 불길은
늘 나를 쏘시개로 삼았고
나는 그 뜨거움을 달래느라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했던가.
오늘 아침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과
그의 편지를 읽노라니
그냥 눈물이 흐른다.
추운 세상 알몸으로 살아갔던 그의 영혼이
내 앞에서 감자를 먹고 있다.
감자 한 알을 나눌 수 있는 인심이
사라진 세상을 그는
표정 없이 바라보고 있다.
미친 세상에서 함께 미치지 못한 그를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그가 귀를 자른 진짜 이유를 생각하며
이 아침에 나는 나를 울고 있다.
댓글 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 | 조문(弔問) [2] | 물님 | 2010.12.26 | 3330 |
29 | 천산 가는 길 [5] | 물님 | 2010.07.11 | 3336 |
28 | 아직은 덜 외로운 사람 [5] | 하늘 | 2010.09.10 | 3343 |
27 | 밤새 어깨 밑에서 [4] | 물님 | 2011.03.18 | 3362 |
26 | 설아다원 후박나무가 [2] [93] | 물님 | 2012.02.29 | 3394 |
25 | 그대가 그리운 건 [4] | 하늘 | 2011.01.18 | 3395 |
24 | 있구나! 좋구나! 그렇구나 [4] | 물님 | 2011.03.04 | 3407 |
23 | 그대에게 가는 길 [4] | 하늘 | 2011.04.13 | 3442 |
22 | 낙엽 쌓인 숲길을 걸으며 5행시 짓기 [1] | 도도 | 2021.11.09 | 3514 |
21 | 냉이 밭 [3] [10] | 지혜 | 2013.03.28 | 3910 |
하늘과
진노랑 보리
나
하나로
숨쉬고
춤추며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