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3882
  • Today : 649
  • Yesterday : 831


새벽 울음이여!

2010.09.21 11:15

하늘 조회 수:4855

       

       

       

           새벽 울음이여!

       

                                      /신 영

       

       

      고요를 삼켜버린 송광사 사자루의 뜰에는
      오랜 고목이 제 살을 발라 먹고 뼈를 세워
      두들기지 않아도 소리 내는 목어를 키우고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바람은
      비어 있는 마음을 두드리며 풍경을 흔든다

       

      물이 없이도 물고기가 자라는 사자루 연못에
      샛노랗고 진한 꽃분홍 수줍은 수련이 오르고
      새벽을 부르는 달빛은 연못에 몸을 담그고
      바람은 산사의 닥나무 틀에 매인 창호지를 흔들며
      새벽 예불 준비하는 승려의 장삼 자락을 훔친다

       

      새벽을 두들기는 여린 승려들의 손가락마다
      억겁의 시간을 두들기며 공간을 어우르고
      법고(法鼓)가 울릴 때마다 빈 가슴에서 울림이 되고
      밤과 낮을 가르며 하늘로 오르는 운판(雲板)의 여운이
      텅 빈속에서 울음을 내는 목어(木魚)가 새벽을 깨운다

       

       

                            08/27/2007. 
             순천의 '송광사'를 다녀와서 /하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0 목숨 소리 지혜 2014.02.28 4100
199 내 어머니 무덤가에 [3] 하늘 2010.06.30 4100
198 축복1. [1] 요새 2010.02.21 4098
197 고흐가 귀를 자른 진짜 이유 [2] 물님 2010.03.01 4076
196 한춤 요새 2010.07.08 4068
195 춤1. 요새 2010.03.21 4056
194 요새의 꿈 요새 2010.03.27 4052
193 고 3 자녀를 위한 기도 [2] 하늘 2010.11.17 4044
192 그색 [2] 에덴 2010.10.25 4043
191 그리움 [1] 요새 2010.04.01 4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