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2012.11.30 06:34
걸음마
나는 기어간다.
젖 냄새 향기로운
당신을 향하여
나는 섰다가도
기어가는 게 빠르다.
당신은 나를 서서
걸어오라 하신다.
나는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한두 발 걷다가 쓰러지면
그 자리엔 항상
당신이 계신다.
나의 양팔은 한 순간 넘어지지만
당신의 양팔은 항상 벌려져 있어
잡고 서다가 놓고 서다가
혼자서 걷는 나
비척이다 넘어지는 나
황량한 들판으로
세찬 바람 속으로
산꼭대기까지
그 어디라도
손뼉치며 안아주시는
부드러운 목소리 들리는
오늘 나는
당신을 향하여
열 발도 넘게 간다
2012112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0 | 봄밤 [3] | 물님 | 2012.05.03 | 3236 |
239 | 물 [2] | 도도 | 2012.03.09 | 3239 |
238 | 어떤 약속 | 지혜 | 2012.05.24 | 3239 |
237 | 내 유년의 가르침은 [1] | 물님 | 2011.11.23 | 3241 |
236 | 환절기 [1] | 지혜 | 2011.08.21 | 3243 |
235 | 새벽, 시인 [3] | 지혜 | 2011.12.20 | 3246 |
234 | 냉혈에서 온혈로 [1] | 지혜 | 2011.09.14 | 3251 |
233 | 삶의 적정 온도 [2] | 지혜 | 2011.08.29 | 3252 |
232 | 사려니 숲길 [1] | 물님 | 2011.12.01 | 3266 |
231 | 별 [1] | 지혜 | 2013.03.24 | 3267 |
이 세상에 온 이유가 그 걸음마를 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도도님의 시를 통해서 걸음마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아기때 나를 이쁘다고 공중으로 내 던지고 받아내던 무서운 어른들도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