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8550
  • Today : 645
  • Yesterday : 1175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3108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0 냉이 밭 [3] [10] 지혜 2013.03.28 4609
259 낙엽 쌓인 숲길을 걸으며 5행시 짓기 [1] 도도 2021.11.09 4585
258 천산 가는 길 [5] file 물님 2010.07.11 4375
257 아직은 덜 외로운 사람 [5] 하늘 2010.09.10 4366
256 조문(弔問) [2] 물님 2010.12.26 4319
255 사월은 [1] 지혜 2013.04.12 4318
254 새벽 울음이여! [2] 하늘 2010.09.21 4309
253 월든 호수(Walden Pond)에서 [3] file 하늘 2010.09.30 4301
252 서로의 모습 속에서 [2] 하늘 2011.04.18 4283
251 무엇 [1] 요새 2010.01.18 4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