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2012.11.30 06:34
걸음마
나는 기어간다.
젖 냄새 향기로운
당신을 향하여
나는 섰다가도
기어가는 게 빠르다.
당신은 나를 서서
걸어오라 하신다.
나는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한두 발 걷다가 쓰러지면
그 자리엔 항상
당신이 계신다.
나의 양팔은 한 순간 넘어지지만
당신의 양팔은 항상 벌려져 있어
잡고 서다가 놓고 서다가
혼자서 걷는 나
비척이다 넘어지는 나
황량한 들판으로
세찬 바람 속으로
산꼭대기까지
그 어디라도
손뼉치며 안아주시는
부드러운 목소리 들리는
오늘 나는
당신을 향하여
열 발도 넘게 간다
2012112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70 | 비 [1] | 물님 | 2011.08.24 | 3393 |
169 | 처서 [1] | 지혜 | 2011.08.25 | 3196 |
168 | 술이 부는 피리 [1] | 지혜 | 2011.08.27 | 3605 |
167 | 안시성 옹기 터에서 [2] | 지혜 | 2011.08.27 | 3288 |
166 | 삶의 적정 온도 [2] | 지혜 | 2011.08.29 | 3291 |
165 | 문어 사람 [1] | 지혜 | 2011.08.30 | 3042 |
164 | 관계 [2] | 지혜 | 2011.08.31 | 3668 |
163 | 바람의 이유 [1] | 지혜 | 2011.09.01 | 3061 |
162 | 똥의 고독 [1] | 지혜 | 2011.09.02 | 3429 |
161 | 멸치 [2] | 지혜 | 2011.09.03 | 3238 |
이 세상에 온 이유가 그 걸음마를 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도도님의 시를 통해서 걸음마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아기때 나를 이쁘다고 공중으로 내 던지고 받아내던 무서운 어른들도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