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2013.10.25 15:58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류시화 번역
그들은 꽃이게 하라
사람들이 물 주고, 거름주고, 보호하고 찬사를 보내지만,
한낱 플화분에 같힌 운명이게 하라
나는 차라리 못생기고 자신만만한 잡초가 되리라.
독수리처럼 절벽에 매달려 높고 험한
바위들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라
돌의 표면을 깨고 나와
광화하고 영원한 하늘의 광기와 마주하며 살리라
시간의 산맥 너머러, 혹은 불가사의한 심연속으로
내 영혼, 내 씨앗을 날라다 주는 고대의 바닷바람에 흔들리리라
비옥한 골짜기에 무리지어 자라며
찬사를 받고 기러지다가
결국은 탐욕스런 인간의 손에 뽑혀버리는 좋은 향기나는
꽃이기보다는 차라리 모두가 피하거나
눈에 뜨지 않는 잡초가 되리라.
감미롭고 향기로운 라일락이 되기보다
차라리 퀴퀴한 초록의 악취를 풍기리라
강하고 자유롭게 홀로 설 수만 있다면
차라리 못생기고 자신만만한 잡초가 되리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5948 |
322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6335 |
321 | 내 마지막 순간 -타고르 [1] | 구인회 | 2013.07.06 | 6547 |
320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1] | 구인회 | 2013.06.29 | 6637 |
319 | 가람 이병기 -난초- | 물님 | 2013.06.04 | 6362 |
318 | 꽃자리 | 물님 | 2013.02.14 | 6341 |
317 | 자리 [2] | 물님 | 2013.01.31 | 6226 |
316 |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 물님 | 2013.01.23 | 6291 |
315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5878 |
314 | 신현락, 「고요의 입구」 | 물님 | 2013.01.08 | 58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