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2216
  • Today : 804
  • Yesterday : 1081


달팽이

2008.06.08 23:30

운영자 조회 수:5051



       달팽이
                         - 문연남의 달팽이 그림에 붙여 -


간다
그냥 간다.
두려움 없이 가는 길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가는 길
지구는 너무나도 든든하여
넘어질 곳은 하나도 없다.


간다.
저기 하늘을 찌르는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인간들은 가르친다는 데
나는 그냥 갈 뿐.
조상들이 걸어 온 수평의 길을 지나
이제 나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을
걸어보리라.


내가 걸어 온 길에도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길이 될 흔적이.
아무리 끈끈하고 축축한 삶이라 해도
등에 진 짐에 등이 휘어진다 해도  
나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
이곳에서 여기로 떠나가는 길
나는 늘 그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
허공을 향하여
세월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


               08. 6. 6 아침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낙타 [1] 물님 2011.09.19 4546
312 가람 이병기 -난초- 물님 2013.06.04 4490
311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4488
310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4486
309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4478
30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4475
307 가을의 기도 -김현승 물님 2011.10.18 4474
306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4470
305 아침에 쓰는 일기.3 [2] 하늘꽃 2008.05.20 4466
304 짧은 전화 긴 여운 - 오리지날 버전으로 [3] 도도 2009.09.28 4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