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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 윤동주

2010.02.08 15:09

구인회 조회 수:5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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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1.11.5 )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나라 잃은 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별빛 내린 언덕에서 별을 헤며 눈물 감춘 시인
                         서른이 안되는 짧은 나이에 옥사 했으나 
                         내 이름 묻힌 무덤위에

                         자랑스런 풀이 무성할 거란 그의 시구처럼
                         민족의 성전에 그의 이름 석자가 자랑스럽게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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