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9167
  • Today : 904
  • Yesterday : 924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429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배달 [1] 물님 2009.03.12 2402
252 사철가 [1] 물님 2009.03.16 2441
251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2415
250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334
249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441
248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2339
247 시론 물님 2009.04.16 2440
246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2432
245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420
244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물님 2009.05.15 2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