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7967
  • Today : 908
  • Yesterday : 1079


물 1

2007.01.22 23:34

운영자 조회 수:4593

        물 1


                    이병창


  나는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태초에 하늘을 떠돌다가 오늘은
  이승의 우물물로 고여있다 해도
  나는 한 번도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흘러가는 시냇물
  파도치는 바다에서
  나는 나로 춤을 추고 있었을 뿐


  나는 나이를 먹어본 적도 없소
  나는 어떤 추억도 없이
  여기에서 여기로 흐르고 있을 뿐
  꽃샘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봄눈과 함께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


  나는 어느 하늘 어느 땅에서도
  머물러 본 적이 없소
  나는 이전에 누구를 만나 적도 없소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
  지금 흘러가고 있을 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3416
72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물님 2011.04.21 3409
71 바다가 말하기를 [2] 운영자 2008.12.06 3409
70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3406
69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3402
68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세상 2013.10.25 3387
67 가을은 아프다 / 신 영 [2] 구인회 2010.09.11 3362
66 고독에게 2 요새 2010.03.21 3360
65 깨끗한 말 물님 2019.09.11 3359
64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3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