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재 아이들과 헤어질 무렵
2016.08.31 18:25
20160822-26 아이들과 헤어질 무렵
헤어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까요?
교장 선생님과의 헤어짐은 어떤 걸까요?
어떤 느낌인지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건지
처음 경험해보는 거라서
연습해본 일이 없는 거라서
나도 모르고 아이들도 모르는
그런 시간을 한번 경험시켜주고 싶어서
날마다 교장실로 아이들을 초대했습니다.
아니초대하지 않아도 일주일 내내
아이들은 교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학교는 어떤 학교? 한 마디로 말하면?....."
너무나도 다양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좋은 학교, 시골학교, 농촌학교, 신나는 학교, 재밌는학교, 놀면서 공부하는 학교, 자연이 가까운 학교, 나무가 많은 학교, 혁신학교, 농촌유학을 지원하는 학교, 만류관이 있는 학교, 교장실문이 열려있는학교,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해주는 학교, 다모임이 있는 학교, 선생님이 시키지 않고 우리 주도적으로 하는 학교, 배움과 어울림이 있는 학교........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절대 모르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교장선생님을 마음으로만 만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요? 이제 학교에 안 나오시나요? 안돼요. 꼭 가셔야돼요? 나이가 뭐예요? 누가 아침에 맞아주시나요? 잊지 말아주세요.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전화해도 되죠? 내가 없어도 잘 지내세요. 축제 때 꼭 오셔야해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 순간 그 느낌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참 감동이었습니다.
뭐라고 말로는 다 못합니다. 그래서
편지글로 그림으로 표정으로 악기로 얼싸안기로
애써 표현을 하고 또 자꾸 합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마음으로만 만나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이별은 이렇듯 참 재밌고 솔직합니다.
우크렐레 연주를 해드리고 싶다고도 합니다.
페일 바이올렛 꽃범의꼬리 꽃이 예년 그대로인데
과꽃이 여한없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데
내 마음에만 눈물이 흐릅니다.
교장실 집기들을 정리한 후에
텅빈것 같은 공간에서 당신과 함께
다시는 앉지 못하는 자리를
마지막으로 앉아보았습니다.
애써 웃음지으며 앉아보았습니다.
39년 2개월의 씨앗을 하늘에 던졌습니다.
이제는 뿌리로 내려가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찰나의 점으로 녹아있을 겁니다
모두가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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