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7859
  • Today : 520
  • Yesterday : 934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2009.08.31 21:10

물님 조회 수:2340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정윤천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년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데,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룰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활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빼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하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참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구석 - 실천문학사 200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2340
302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2273
30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2260
300 새벽밥 물님 2012.09.04 2286
29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335
29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2297
29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2265
296 거울 물님 2012.07.24 2454
295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436
294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