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마법
2015.06.02 05:34
색의 마법.. 질병을 치료하고 범죄를 줄이다 한국일보 입력 2015.06.01 20:46
색(色)이 마술을 부렸다. 범죄가 들끓던 서울 도심 우범지대 곳곳에 노랑 등 색깔을 입히자 성범죄 등 각종 사건ㆍ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등학교 건물 내부 벽에 산뜻한 색상의 벽화를 그려 넣었더니 학생들이 공격성은 크게 줄어 들고 주의력ㆍ집중력은 높아졌다. 색(色)이 우울한 세상과 공간을 살 만한 곳으로 되돌리는 변화와 치유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 진행 뒤 소문난 우범지대에서 '안심 마을'로 재탄생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전경. 노란색 계열로 컬러링 된 계단과 전봇대가 눈길을 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색, 우범지대를 살 만한 마을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빽빽이 자리 잡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이곳은 수년 전까지도 소문난 우범지대였다. 어두운 골목길에선 느닷없이 '바바리맨(신체 노출자)'가 나타났고, 젊은 여성을 노리는 성범죄 등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다. 과거 마포나루가 번창했을 때 소금창고가 있던 곳으로, 소금장수들이 터전을 잡으면서 '염리동(鹽里洞)'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월이 흘러 소금장수들이 사라졌고, 도심 재개발 이후에는 값싼 숙소찾는 대학생과 돈벌이를 위해 바다를 건넌 외국인 노동자 등이 몰려 들면서 범죄 다발 지역이 됐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2년 무렵이었다. 서울시가 이곳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지역으로 선정해 환경개선에 나섰고 2014년 1월 '염리동 소금길'이 탄생했다. 마을의 변화를 끌어낸 주체는 '색(色)'이었다. 소금길에 색을 입히는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표 컬러는 노랑. 소금길 시작점부터 끝까지 노랑으로 치장된 69개의 가로등이 세워졌다.
색을 마을을 산뜻한 분위기로 바꿔 놓은 것은 물론 범죄를 퇴치하는 뜻밖의 성과를 가져왔다. 소금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로등마다 번호가 새겨져 있어 범죄발생 시 신고가 쉽다"며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데 소금길이 조성되면서 범죄 발생이 줄었다"고 했다. 마포구에 따르면 소금길 조성 후 살인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률이 연평균 2.91%, 절도 발생률은 7.48% 감소했다.
노란 CCTV 설치 뒤 성범죄 뚝
서울 관악구 행운동 벽화마을에서 성범죄 등을 몰아낸 것도 색이었다. 이곳은 주민 가운데 20~30대 젊은 여성 비율이 높고, 여성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원룸 사이에 어둡고 좁은 골목이 많아 여성을 노리는 성범죄가 잦았다.
행운동에서 강간 등 성범죄가 사라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노란색의 방범용 CCTV였다. CCTV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서울시가 2012년 시작한 '범죄예방 디자인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강효진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디자인정책과 팀장은 "노란색은 주목성이 강해 멀리서도 눈에 띄어 알아 볼 수 있고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CCTV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녹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운동 벽화마을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 주민은 "예전에는 골목이 음침하고 어두워 날이 저물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외출해도 안심된다"며 흐뭇해했다.
벽화 컬러링 참여 초등생 공격성 줄어
색이 학업 스트레스에 짓눌린 초등학생들에게 건강함으로 찾아 준 사례도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초등학교가 그랬다. 이 학교는 지난해 건물 내부 벽에 화사한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 컬러링 작업을 진행하고 이 작업에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 결과 벽화 컬러링 작업 뒤 학생들의 공격성은 60% 이상 줄어든 반면 주의력과 집중력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현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교수는 "벽화를 그린 우장초등학교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뇌파 변화를 추적한 결과 주의력(40%)과 집중력(27%), 휴식력(21%)이 상승했다"며 "컬러링 작업이 적용된 공간에서는 '우울'보다 '활기'가, '긴장'보다 '이완'되는 긍정적 결과가 도출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색을 활용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감성을 키우면 학습 능률도 함께 높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색, 우범지대를 살 만한 마을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빽빽이 자리 잡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이곳은 수년 전까지도 소문난 우범지대였다. 어두운 골목길에선 느닷없이 '바바리맨(신체 노출자)'가 나타났고, 젊은 여성을 노리는 성범죄 등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다. 과거 마포나루가 번창했을 때 소금창고가 있던 곳으로, 소금장수들이 터전을 잡으면서 '염리동(鹽里洞)'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월이 흘러 소금장수들이 사라졌고, 도심 재개발 이후에는 값싼 숙소찾는 대학생과 돈벌이를 위해 바다를 건넌 외국인 노동자 등이 몰려 들면서 범죄 다발 지역이 됐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2년 무렵이었다. 서울시가 이곳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지역으로 선정해 환경개선에 나섰고 2014년 1월 '염리동 소금길'이 탄생했다. 마을의 변화를 끌어낸 주체는 '색(色)'이었다. 소금길에 색을 입히는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표 컬러는 노랑. 소금길 시작점부터 끝까지 노랑으로 치장된 69개의 가로등이 세워졌다.
색을 마을을 산뜻한 분위기로 바꿔 놓은 것은 물론 범죄를 퇴치하는 뜻밖의 성과를 가져왔다. 소금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로등마다 번호가 새겨져 있어 범죄발생 시 신고가 쉽다"며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은데 소금길이 조성되면서 범죄 발생이 줄었다"고 했다. 마포구에 따르면 소금길 조성 후 살인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률이 연평균 2.91%, 절도 발생률은 7.48% 감소했다.
노란 CCTV 설치 뒤 성범죄 뚝
서울 관악구 행운동 벽화마을에서 성범죄 등을 몰아낸 것도 색이었다. 이곳은 주민 가운데 20~30대 젊은 여성 비율이 높고, 여성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원룸 사이에 어둡고 좁은 골목이 많아 여성을 노리는 성범죄가 잦았다.
행운동에서 강간 등 성범죄가 사라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노란색의 방범용 CCTV였다. CCTV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서울시가 2012년 시작한 '범죄예방 디자인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강효진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디자인정책과 팀장은 "노란색은 주목성이 강해 멀리서도 눈에 띄어 알아 볼 수 있고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CCTV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녹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운동 벽화마을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 주민은 "예전에는 골목이 음침하고 어두워 날이 저물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외출해도 안심된다"며 흐뭇해했다.
벽화 컬러링 참여 초등생 공격성 줄어
색이 학업 스트레스에 짓눌린 초등학생들에게 건강함으로 찾아 준 사례도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초등학교가 그랬다. 이 학교는 지난해 건물 내부 벽에 화사한 그림을 그려 넣는 벽화 컬러링 작업을 진행하고 이 작업에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 결과 벽화 컬러링 작업 뒤 학생들의 공격성은 60% 이상 줄어든 반면 주의력과 집중력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현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교수는 "벽화를 그린 우장초등학교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뇌파 변화를 추적한 결과 주의력(40%)과 집중력(27%), 휴식력(21%)이 상승했다"며 "컬러링 작업이 적용된 공간에서는 '우울'보다 '활기'가, '긴장'보다 '이완'되는 긍정적 결과가 도출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색을 활용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감성을 키우면 학습 능률도 함께 높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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