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5979
  • Today : 1049
  • Yesterday : 1451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433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1425
302 사랑 요새 2010.12.11 1425
301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1427
300 동시 2편 물님 2012.03.02 1427
299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1427
298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1428
297 시론 물님 2009.04.16 1428
296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428
295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428
294 음악 [1] 요새 2010.03.19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