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8394
  • Today : 489
  • Yesterday : 1175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28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3016
242 봄날에 [1] 요새 2010.01.01 3020
241 신록 물님 2012.05.07 3023
240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3024
239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3031
238 경북군위 인각사 초청 시낭송 file 운영자 2007.08.19 3032
237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3035
236 흰 구름 [1] 요새 2010.07.06 3036
235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3037
234 차안의 핸드폰 [3] file 하늘꽃 2009.01.13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