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2012.06.29 21:03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 류 시 화
그동안 내가 먹은 동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직한 소와 돼지를 위해
뾰족 부리를 가진 닭을 위해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 배 고프다는 이유로 잡아먹은 순박한 눈의 검은 염소를 위해
그동안 내가 마구 더럽힌 물을 위해
내 발 아래 파헤쳐진 어머니 대지를 위해 기도 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갑게 등 돌린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위해
나 자신도 모르게 헛되이 써 버린 그 많은 시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부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내게 겨울마다 양식이 되어 준 고구마에게
주먹을 쥐고 땅 밖으로 나온 여름의 감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순간 가슴을 채워 준 신선한 공기에게
내 영혼이 보다 순수해지도록 도와 준 처녀 채소들에게
얼굴을 비춰 주는 무심한 개울물에게
언제난 웃는 꽃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도 순백으로 피어나는 목련에게
내 안의 단순성을 일깨워 주는 첫 민들레에게.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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